눈을 뜨자 당혹감이 몸을 감쌌다.
기분 좋은 산들바람이 분다. 맑은 햇살. 나뭇가지가 바람에 살랑이고 잔디가 춤을 춘다. 숲이 만들어낸 시원한 그늘 아래서, 나는 새소리를 자명종 삼아 일어났다.
문제가 하나 있다면,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나는 강의실 맨 뒷자석에서 졸고 있었다는 것 정도다.
숨길 것도 없다. 나는 대한민국에 흔하디 흔한 지잡대 이공계생이다. 장래도, 야망도 없으며 장학금 같은 건 꿈도 못꾸는 중간에서 살짝 아래인 대학생. 복학해서 강의 시간에는 딴청이나 피우는 그런 밑바닥 인생이다.
내가 제 정신이라면 지금도 강의실에서 졸고 있어야하는게 틀림 없는데… 복학생 나부랭이에게 장난칠 사람도 없고, 이게 대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.
여기서 당황하고 있어봐야 어쩔 수 없다. 일단 주변을 둘러보자, 울창한 숲이 눈에 들어온다.
산 속 인것 같지는 않다. 나무가 빽빽하기는 하지만 지형의 높낮이 차가 그다지 크지 않다.
그냥 평지에 나무가 자란 느낌이다.
조난 당한… 느낌이다.
이대로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구조대가 올 것 같진 않다. 그렇다고 무작정 숲을 헤메다간 지쳐 쓰러질 것 같은데…….
흠… 이를 어쩐다. 어떻게 하지?
1.앞으로 나아간다.
2.사람을 찾는다.
3.일단 주변을 둘러본다.
4.길을 찾는다.
최근 덧글